어제 1896년에 개봉한 탑건의 후속작인 '탑건 매버릭'을 보고 왔다.
최근 본 마블시리즈 등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진한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매버릭은 최고의 전투기 조정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여전히 해군 대령의 지위에 있다. 그와 경쟁했던 아이스맨 등 다른 사람들이 모두 제독(별)인데 반해, 아직 캡틴이냐고 동네 소녀가 놀라는 장면이 나올 정도로..
그러나, 매버릭은 여전히 직접 전투기에 타고 싶어하고, 권위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성격이다 보니, 전략등을 관장하는 윗 사람들(제독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사사건건 윗사람들과 마찰이 있긴한데, 그의 실력을 알고 있다보니 필요할때는 그를 쓸 수 밖에 없다.
정해진 프로세스와 지침을 지키면, 작전 실패와 인명피해가 뻔한 상황에서 자신의 몸을 던져 어떻게든 성공시키려는 그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에서 깊은 감동이 느껴졌다. 마지막 비행출격 전에 그를 보좌하던 부하가 마지막으로 하던 대사와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동안 같이 일해서 영광이었다.."라는 진심어린 존경이었다.
우리는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같이 일하는 동료/상사에게 정말 저사람과 같이 일해서 영광이었다 라는 경험을 할 수 있을까? 대부분 본인 입장에서 윗사람에게 질책받지 않고 인정받기 위해 신경을 쓰지, 본인의 소신과 철학, 그리고 프로정신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 드문 것이 사실이다.
탑건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12명의 전설적인 파일럿들도 3분30초안에 완수하지 못하는 코스를 매버릭은 2분 30초에 맞추어 보란듯이 성공시켜 낸다. 얼핏 별거 아닌거 같아 보이지만,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그가 그것을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생각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막같은 지형에서 실제 목표지의 지형을 상상하면서 긴 계곡코스를 외우고 구간 구간을 제대로 비행해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였을까.. 오로지 그것만을 생각하고 몰입하지 않으면 해내지 못하는 일일 것이다.
결국, 동의되지 않는 프로세스와 권위에 굴복하지 않고, 그만의 방식으로 성공시켜 내는데, 탑건 매버릭이 감동을 주는 데에는 이것이 크지 않았나 한다. '이태원 클래쓰'에서 주인공이 본인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그 힘든 과정을 거쳐서 보란듯이 성공해 내는 장면이나, 자바지기 박재성님의 '동의하지 않는 권위에 굴복하기 않기'를 위해서 TDD 등 꾸준한 학습을 통해 본인의 소신대로 교육을 하고 후배양성을 하는 모습 등이 연관되어 떠오른다.
그러나, 본인의 노력없이 단순히 기존 프로세스와 권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시하는 것은 아집과 다름이 없다. 본인의 소신과 철학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말 그것에 온전히 집중하고, 주변사람들이 같이 해서 영광이라고 느낄 정도로 프로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간만에 좋은 영화를 보고 나서 후기를 남긴다.